심화 · 시술자와 관심 있는 독자를 위한 글

세균과 만성통증 — 장에서, 그리고 조직에서

항생제 투여 후 오래된 근골격 통증이 함께 사라지는 경과를 진료에서 반복적으로 관찰해 왔습니다. 그 배경으로 가능한 기전과, 현재까지 확립된 것과 확립되지 않은 것을 정리했습니다.

01 시작

통증을 목표로 하지 않았는데 통증이 사라졌다

제가 장 문제로 오신 분들에게 제균 치료를 하면서 반복해서 마주친 일이 있습니다. 배를 정리했더니, 손대지도 않은 오래된 통증이 함께 가라앉는 것이었습니다. 허리, 무릎, 어깨, 여기저기 아프던 분들이 그렇습니다. 통증 때문에 오신 것이 아니었는데도요.

처음에는 부수적인 변화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이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간의 편차가 특히 큽니다. 그리고 이 기간은 통증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평생 변비였던 사람, 늘 가스가 차 있던 사람의 장 증상 역시 같은 기간에 걸쳐 천천히 좋아집니다. 한쪽이 먼저 정리되고 다른 쪽이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가 함께 움직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단계에 이르면 약을 끊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짧은 투여로 정리되는 상태는 아니지만, 한번 정리되면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장과 통증이 같은 속도로 함께 움직인다는 점까지 놓고 보면, 양쪽에 공통으로 관여하면서 천천히만 줄어드는 무언가가 있다는 쪽을 가리킵니다.

02 갈림길

항생제가 통증을 줄였다면, 무엇을 줄인 것인가

가능한 경로가 크게 둘입니다.

장에서 올라오는 자극

장에서 과하게 자란 세균과 진균이 만드는 가스와 염증 물질이 온몸을 돌며 신경의 통증 문턱을 낮춘다. 그 원인을 줄이면 문턱이 다시 올라간다.

조직에 자리잡은 세균

관절·뼈·연부조직에 세균이 오래 머물며 낮은 수준의 염증을 유지한다. 검사에는 잘 안 잡히지만 통증은 계속된다. 균이 정리되면 통증도 물러난다.

03 확립된 사실

세균이 근골격에 자리잡아 만성통증을 만드는 질환은 실재한다

이건 가설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확립되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다만 드물고 진단이 어려워서, 대부분 수년간 다른 병으로 오해받다가 뒤늦게 밝혀집니다.

휘플씨병 관절염

Tropheryma whipplei

수년간 혈청음성·비미란성 다발관절염으로만 나타나다 뒤늦게 진단되는 대표적 질환입니다. 프랑스·이탈리아 다기관 연구에서 첫 증상부터 진단까지 중앙값 5년, 29명 중 24명이 그 기간 동안 면역억제제를 효과 없이 투여받았습니다.1

프랑스 레지스트리에서는 류마티스 질환으로 치료받은 기간이 중앙값 79개월이었고, 항생제 치료로 93%가 관해되어 대부분 기존 약을 끊었습니다.2

브루셀라 골관절 감염

Brucella species

56개 연구를 모은 분석에서 브루셀라증 환자의 27~36%가 골관절 침범을 보였습니다.3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척추염과 달리 천장관절염과 말초 관절염은 뼈를 파괴하지 않고 후유증 없이 낫는다는 것입니다. 즉 영상은 정상인데 통증만 계속되는 상태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만성 Q열 골관절 감염

Coxiella burnetii

드문 질환이지만, 문헌이 진단 지연의 이유로 지목하는 것이 정확히 이 대목입니다 — 관절 침범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고, 염증 지표가 낮게 유지되어 놓치기 쉽다.

양측 신전건의 건활막염으로 발현한 증례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치료는 18개월 이상 걸립니다.

저강도 인공관절 주위 감염

low-grade periprosthetic joint infection

배양으로 확인된 인공관절 감염 73명을 분석했더니 32%가 CRP 정상이었고, 23%는 혈액검사·진찰·영상이 모두 정상이고 오직 통증만 호소했습니다.4

저자들은 표준 진단기준을 그대로 따랐다면 이 23%는 끝내 진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네 질환이 공통으로 말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세균이 근골격 조직에 자리잡아 만성 통증을 만들 수 있고, 그때 피검사와 영상은 정상일 수 있으며, 진단이 수년씩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논쟁 중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04 치료

이 감염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치료한다

위 질환들의 표준 치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질환표준 치료기간
휘플씨병 관절염독시사이클린 + 하이드록시클로로퀸장기
브루셀라 골관절 감염독시사이클린 기반 병합 (퀴놀론 조합 포함)6주 이상
만성 Q열 골관절 감염독시사이클린 + 하이드록시클로로퀸18개월 이상

세 질환의 치료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을 축으로 하고,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세포 안에 자리잡은 균은 그만큼 천천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것도 단일 약제로 다루지 않습니다. 단일 약제로는 재발이 잦고 내성이 붙기 때문입니다. 짧게 끝나지도, 한 가지 약으로 끝나지도 않는 것이 이 감염들의 공통된 경과입니다.

05 다른 경로

장에서 올라오는 자극도 통증을 만든다

조직 정착만으로는 설명이 절반에 그칩니다. 장에서 생성된 물질이 전신의 통증 문턱을 낮춘다는 경로도 실험적으로 확인되어 있습니다.

황화수소가 통증 통로를 직접 연다

장내 세균이 만들어내는 가스 중 하나인 황화수소는, 감각신경에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두 개의 통로 — T형 칼슘 통로(Cav3.2)와 TRPA1 — 를 직접 활성화합니다.5

더 흥미로운 것은, 대장에 황화수소를 넣으면 배만 아픈 것이 아니라 배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의 통증 과민(연관 통각과민)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장에서 생긴 자극이 전신의 통증 민감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에서의 관찰

섬유근육통 환자 42명 전원에서 호기 검사가 이상 소견을 보였고, 대조군은 20%였습니다. 그리고 몸의 통증 정도가 호기 수소 수치와 유의하게 상관했습니다. 과민성 대장 환자군에서는 이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6

오래되고 규모가 작은 연구지만, 장의 가스량과 전신 통증이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사람에서 직접 관찰한 자료로는 지금도 손에 꼽습니다.

덧붙이면, 이 경로가 만들어내는 것은 통증만이 아닙니다. 같은 가스와 대사산물이 복부팽만·구취·브레인포그·피부 증상으로도 나타납니다. 호기 가스 측정과 증상 패턴을 중심으로 그쪽을 정리한 것이 Neo-Skepticism이며, 같은 저자의 작업입니다.

두 경로는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환자에게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쓰이는 약제는 양쪽에 동시에 작용합니다 — 전신으로 흡수되어 조직에 도달하는 동시에 장내 세균총도 크게 바꿉니다. 그래서 임상 반응만으로는 어느 쪽이 작용했는지 가릴 수 없습니다.

06 아직 모르는 것

여기까지가 말할 수 있는 범위다

병소를 특정할 수단이 없다

임상에서 확인되는 것은 통증의 호전입니다. 그것이 건인지 인대인지 관절인지, 혹은 조직이 아니라 장이었는지를 가릴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특히 건이나 인대에 세균이 정착해 통증을 유발한다는 명제를 검증한 인체 연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킬레스건증이나 상과염 같은 흔한 만성 건 통증에서 세균을 조사한 통제 연구조차 보고된 바 없습니다. 따라서 "세균이 힘줄에 있었다"는 형태의 설명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척추에서의 시도는 결과가 엇갈렸다

요추 디스크와 인접 종판 변화를 대상으로 항생제를 시험한 무작위 연구가 세 차례 있었습니다. 2013년 덴마크 단일기관 연구는 뚜렷한 효과를 보고했으나, 이후 노르웨이(2019)와 호주(2026)의 다기관 연구에서는 그 효과 크기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 연구 모두 아목시실린 계열을, 요추에 한정해, 특정 영상 소견을 갖춘 환자에게 시험한 것입니다. 약제도 대상 부위도 다릅니다. 그리고 추간판은 혈관이 없는 조직이라 경구 항생제의 조직 내 농도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오래 제기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항생제를 디스크에 직접 주입한 소규모 시험에서는 다시 양성 신호가 보고되었습니다. 관절 주위 연부조직이나 활막처럼 혈관이 분포하는 조직에는 이 제약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검출이 곧 원인은 아니다

통증이 없는 정상 조직에서도 세균이 검출된다는 보고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정상 추간판에서도, 무증상자의 어깨 심부 조직에서도 같은 균이 비슷한 빈도로 나옵니다. 따라서 특정 부위에서 균이 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것을 통증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해당 분야 전체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07 확인과 운용

문헌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검사

3항에서 언급한 질환들은 모두 진단 가능한 병원체를 갖습니다. 만성 근골격 통증이 통상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다음 검사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T. whipplei무증상 위장관 보균이 일반 인구의 2~11%로 보고되어 있어, PCR 양성이 곧 질병을 뜻하지 않습니다. 임상상과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두 경로를 구분할 수 있는 관찰

장에서 오는 자극과 조직에 정착한 균은 임상적으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음 몇 가지가 방향을 시사할 수 있습니다.

호기검사가 정상화된 시점과 통증이 호전된 시점이 어긋난다면, 통증을 유지하던 것이 장에서 발생한 가스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대로 식이 조정이나 비항생제적 접근만으로 통증이 함께 움직인다면 장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전신으로 흡수되지 않는 약제만으로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지도 같은 방향의 관찰입니다.

유의

장기간 투여할 때 한 계열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계열만 반복해서 쓰면 그 약이 닿지 않는 균이 살아남아 그 자리를 차지하고, 결과적으로 또 다른 과증식을 만듭니다. 계열마다 비어 있는 스펙트럼이 다르므로 — 예컨대 퀴놀론은 혐기성균에 대한 커버가 약합니다 — 여러 계열을 조합해 넓고 균형 있게 덮어야 합니다.

플루오로퀴놀론은 건병증·건파열과 말초신경병증의 위험이 알려져 있고, 문헌상 신경 증상은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기술됩니다.

다만 이러한 이상반응은 발현 시점이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건 관련 사례는 대부분 투여 초기 한두 달 안에 나타나며, 그 시기를 넘긴 경우에는 이후 장기간 투여에도 문제없이 지나가는 예가 많습니다.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이상이 보이면 지체 없이 중단하거나 다른 계열로 전환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입니다.

제 진료에서는 이 방식으로 관리했을 때 후유증이 남은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말초신경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도 투약을 조정하고 비타민 B12·B1 등을 보충하면서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임상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 대체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투여 여부와 기간은 검사 소견과 경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입니다.

참고 문헌

  1. Meunier M, Puéchal X, et al. Rheumatologic manifestations of Whipple disease. J Rheumatol 2013;40(12):2061-6. PMID 24187107
  2. Caillet Portillo D, et al. J Infect 2024;88(2):132-8. PMID 38141787
  3. Adetunji SA, et al. Prevalence of osteoarticular brucellosi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LoS Negl Trop Dis 2019. PMID 30657765
  4. Pérez-Prieto D, et al. C-reactive protein may misdiagnose prosthetic joint infections. Int Orthop 2017;41(7):1315-9. PMID 28321490
  5. Matsunami M, et al. Colonic hydrogen sulfide-induced visceral pain and referred hyperalgesia involve activation of both Cav3.2 and TRPA1 channels in mice. J Pharmacol Sci 2012;119(3):293-6. PMID 22785020
  6. Pimentel M, et al. A link between irritable bowel syndrome and fibromyalgia may be related to findings on lactulose breath testing. Ann Rheum Dis 2004;63(4):450-2. PMID 15020342